레고랜드 보증으로 곤란해진 강원도
<p>단순한 경제를 가진 사회에서는, 자신이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바로 소비자의 돈과 교환하기 때문에 돈을 빌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경제 활동이 기술적으로 복잡해지고 규모가 큰 생산 방식을 채택할수록, 소비자의 지갑에서 돈이 실제 생산자들에게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며, 생산을 시작할 때부터 실제로 그 결과물을 판매하기 전까지 소요되는 자금을 빌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빌린 돈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큰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돈의 원래 주인 또한 순식간에 그 돈을 '빌려준' 사람에서 '잃어버린' 사람이 되며, 그 사람에게 신뢰를 주던 다른 사람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며 이 문제가 확산합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유사시 돈을 인쇄할 능력이 있는 한국은행이나 그와 가까운 국가 기관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면 돈을 인쇄해서라도 갚겠다'는 보증을 서기도 합니다.</p><p>9월 28일, 강원도에 레고랜드를 짓는 사업을 책임지던 강원중도 개발공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이는 강원중도 개발공사가 그동안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돈을 갚아야 하는 법률상 의무를 일시적으로라도 면제해달라는 신청입니다. 강원중도 개발공사의 44%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청은 과거 공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신 갚겠다는 보증을 선 이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바뀐 현재의 도지사가 강원도의 재정을 이유로 강원중도 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승인하며, 사실상 강원도 지자체가 그 빚을 대신 갚아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준 입장의 많은 채권자로 하여금 '지자체의 보증이라고 무조건 지켜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하여, 서로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돈을 빌리기 어려워져 파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p><p>정부에서는 10월 23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발표문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총합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발표하며 국가 보증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p><p>민주당에서는 이번 사태가 현 도지사인 국민의힘 김진태 도지사의 탓이라며, 김진태 도지사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김진태 도지사를 중대경제범죄자라고 지칭하며, 직권남용 명목으로 감사원과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더 많은 돈을 투입하여 금융시장을 안정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이 문제의 근원은 8년 전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무책임하게 보증을 선 더불어민주당 당시 최문순 도지사의 결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은 무분별한 채권 발행, 채무보증을 남발한 지난 정권을 비판하며, 국가 지방채에 대한 신뢰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5년간 급격히 증가한 국가 채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경제, 특히 금융 안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심리라며, 정부가 그 심리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금융 불안정성을 조장하며 정쟁화하려는 민주당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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